고전은 시대를 거듭해도 여전히 흥미롭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불교의 고전(古典) 중의 고전은 부처님 자타카(본생담)이다.
본생담의 가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이야기>나 <아라비안나이트>, 라퐁텐의 <우화>, 영웅 서사시인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셰익스피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또한, 인도의 산치 대탑, 아잔타 석굴, 바르후트 스투파, 간다라 미술뿐만 아니라 중국의 키질 석굴, 둔황 석굴,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대탑에도 자타카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본생담은 약 547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산치-아잔타 본생담은 총 25편이다. 그중 산치 대답에 부조로 조각되고 아잔타 석굴에 벽화로 그려진 본생담만을 뽑아 니그로다미가, 마뚜뽀사까, 찻단따, 마하수따소마 이야기 등을 실은 책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책은 각전스님이 도서출판 민족사에서 펴낸 <자타카로 읽는 불교 1>. 이 책에는 교계 언론매체에 연재했던 각전스님의 본생담을 읽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의 댓글도 실려 있어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2021년 제18회 불교출판문화상 대상 수상 도서 <인도 네팔 순례기>의 저자인 각전스님은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다녀온 인도 네팔 순례에서 부처님 성지와 아잔타 석굴, 엘로라 석굴, 산치 대탑 등을 답사했다. <인도 네팔 순례기>가 부처님이 살아생전 계셨던 곳에서의 이야기라면 이번에 나온 <자타카로 읽는 불교 1>은 하기 어려운 행(難行)을 능히 해낸(能行)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이다. 스님은 이 책을 집필하며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자신의 ‘변화’를 이미 몸소 느끼고 있었다.
“순례기 초고를 탈고하고 나서 한동안은 본생담의 이야기들이 제 머릿속을 온통 채워 버리고도 남아 넘쳐흐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제 자신이 조금 변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문구와 짧은 명언도 깊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생담의 이야기들이 주는 스토리텔링의 힘은 대단해서 저의 사고와 정서를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생담의 이야기들이 도도히 흐르는 커다란 강물의 물줄기와도 같이 저를 휩쓸어 부처님의 대해로 쓸어가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허벅지 살을 도려내 준 부처님, 자신이 구해준 궁수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오히려 그를 위해 살아날 길을 알려주는 황금 사슴이었을 적의 부처님 등 코끼리, 원숭이, 백조, 왕, 궁수 등으로 태어났던 다양한 모습의 전생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구해주는 내용이다. 얼핏 ‘본생담에서 강조하는 것은 희생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처님의 본생담이 왜 중요한 걸까?
본생담은 부처님이 부처가 되기 이전 과거세의 선행 이야기다. 현재의 생을 일으킨 과거세의 끝없는 선행 덕분에 선업이 쌓이고 쌓여서 고타마 싯다르타로 태어나 부처가 된 것이다. 그냥 부처가 된 것이 아닌 반복적인 생과 사의 윤회 속에서 전생의 자기 희생의 복덕 덕분에 부처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의 현세(現世)의 모습은 전생의 결과이고, 내세(來世)의 모습은 현세의 결과인 것이다. 본생담은 무엇보다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난행(難行)을 능행(能行)하는 보살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면서 악연(惡緣)을 선연(善緣)으로 바꾸어 더 이상 업을 짓지 않게 이끌어 준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정치철학 전공)을 졸업한 각전스님은 행정고시에 합격,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출가했다.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직지사 선원을 비롯한 국내 제방 선원, 미얀마 쉐우민 국제명상센터 등에서 정진했다. 월간 <해인> 편집장을 잠시 맡아 활동했으며, 수행의 여가에 교계 언론 매체에 ‘각전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각전스님의 부처님 성지 순례’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