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고통’ 깨달은 부처님 생애 추적기

30여 년 문화재 연구한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

인도 8대 성지 숨겨진
진리 찾아 떠나는 순례

세계의 불교 명작 속에
담긴 이야기로 풀어내

“글로만 배웠던 가르침
생애 입체적으로 각인

붓다, 직설과 미술

 

부처님은 생전에 인생이 고통스러운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고민 끝에 답을 찾았고, 그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갔다. 부처님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온 마음을 다해 ‘존재=고통’이라는 등호를 깨부순 인물이다.

부처님의 생애는 ‘고(苦)’라는 실존적 문제를 풀기 위한 여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처님은 ‘존재는 곧 고통’이라는 진리를 고성제(苦聖諦)로 밝히고 그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고 고통 속에 있는 우리를 위해 평생토록 자신이 찾은 방법을 알렸다. 도대체 그는 어떤 방법으로 이 고민을 풀고 자유를 얻었을까?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붓다, 직설과 미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문화재청 전문위원·성보문화재위원·사찰보존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면 문화재 연구만 30여 년을 이어온 저자는 경전으로만 만나던 부처님 가르침과 생애를 명작과 곁들여 읽는 진짜 8대 성지 이야기로 풀어낸다. 룸비니, 보드가야, 사르나트, 슈라바스티, 산카샤, 라지기르, 바이샬리, 쿠시나가르 등 8대 성지에서 실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곳에서 부처님이 전한 가르침은 무엇인지 해당 장소의 기념비적인 유물과 함께 생생하게 소개한다.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아프가니스탄 국립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페샤와르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도쿄 국립박물관 등 해외 유명 박물관의 소장품과 룸비니 마야데비 사원, 아소카왕 석주, 초전법륜지 다메크 스투파, 깨침의 장소 마하보디 사원과 대탑 그리고 산치 스투파 등 최고의 불교미술을 통해 경전으로만 접하던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을 알기 쉽게 조명한다.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최근 을 출간했다. 사진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이뤘다고 전하는 인도 보드가야에 세워진 마하보디사원.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최근 을 출간했다. 사진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이뤘다고 전하는 인도 보드가야에 세워진 마하보디사원.

‘존재의 고통’을 고민하는 부처님을 상징하는 보리수가 죽어가자 쓰러지는 아소카왕, 고행으로 등뼈와 갈비뼈가 달라붙은 부처님, 극단적인 고행을 버리고 수행의 전환을 선택한 부처님에게 우유죽을 바치는 수자타, 머리의 육계와 광배로 표현되는 깨달음의 빛, 오른쪽으로 누워 반열반하는 부처님과 오열하는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고통’을 해결해가는 부처님 생애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에만 맴돌지 않고, 불교 명작이 주는 감동과 함께 우리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현장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해온 저자의 미술사에 관한 탁월한 식견은 8대 성지 속 부처님 생애를 새롭게 보는 안목을 키워준다.

그렇다면 왜 존재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까. 저자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존재의 고(苦)’에 부딪혔다. 저자는 15년 넘게 불교 수행인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실천하며 얻은 결론을 부처님 8대 성지에서 확인했다. 그래서 이 책은 ‘존재=고통’의 등호를 깨부순 한 인물의 발자국을 더듬어 올라간다. 한 마디로 ‘존재의 고통’을 깨부순 부처님 생애를, 발자취를 따라가는 추적기이자 성지 순례기다.

이와 더불어 2500년 전 부처님과 관련한 8대 성지에서는 어떤 설법이 펼쳐졌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가늠해 본다. 이를 통해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는가?’, ‘사성제와 팔정도’, ‘12연기’, ‘우리가 행복할 수 없는 이유’, ‘저는 왜 못생기고 가난합니까?’ 질문에 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붓다의 생애는 존재의 고통을 해결하는 여정”이라며 “이 책은 불교경전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어렵게만 다가오는 붓다의 가르침과 생애를 명작 미술로 읽는다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고 성지의 유물과 아름다운 불상,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새겨진 조각으로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면서 “글로만 배웠던 붓다의 가르침과 생애가 입체적으로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