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 돈독한 부모님 슬하에서 잘 자란 둘째아들. 군인 출신 부친은 엄격했고, 언제나 사찰을 중심으로 일상을 꾸려나간 어머니는 아들에게 ‘거울’이 됐다. 부모님이 준 선물은 ‘불심(佛心)’. 아들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마음 모아 학교에 불교학생회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신심의 발로로 군법사의 길을 걸었고 출가수행자로 다시 태어났다. 스님은 늘상 말한다. “돌이키고 다시 돌이켜도 나의 선택은 너무도 탁월했노라. 스스로를 관하는 수행과 끊이지 않는 탁마의 시간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있으니 이만한 복덕이 어디 있겠는가.”
서울 종로 대각사 주지 종원스님이 전법 현장에서 겪은 수행자의 담백한 일상을 담아 에세이집 <푸른 수행 파란 행복>을 출간했다. 동국대 이사장을 역임한 보광스님을 은사로 출가해서 중앙승가대를 졸업, 해병대 법사 대위로 전역하고 2020년 대각사 주지로 부임한 스님은 2022년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에 선출됐고, 이어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총무원장 군종특별보좌관, 중앙승가대 총무처장 등 종단 요직을 두루 맡게 됐다.
스님은 “그저 시절 인연에 순응하며 살았고 무엇이든 주어지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마음을 다해 하루하루를 기도로 일관하며 살았고 절을 찾아오는 불자님들에게는 나의 부모님을 모시듯 했다. 진심은 통했다. 축원기도 온 불자님이 나의 기도와 법문에 감화되어 천도재를 모시는가하면 노후된 전각에 승강기가 시급하여 불사를 시작하니 너도나도 앞다퉈 동참을 이어갔다. 독립운동 역사를 지닌 도량답게 전각은 더 당당해졌으며 신도님들 또한 오랜 역사 속을 유영하는 느낌이다.”
책은 코로나 시국에 대각사 주지로 부임하여 가람수호와 전법활동에 정진해온 스님의 삶을 스님이 걸어온 길에 비춰 가감없이 담아냈다.
11월13일 대각사에서 열린 책 출판기념회에는 종원스님의 살아온 궤적을 보는 듯 전국서 찾아온 인연있는 스님과 재가불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중앙승가대 총장 월우스님은 축사를 통해 “종원스님은 고요하고 정적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강단지고 청정한 수행자”라며 멀리 대중 속에서 흐뭇한 나머지 눈물을 머금고 있는 속가 부모를 향해 “훌륭하신 부모님 덕분에 오늘 우리에게 종원스님이 계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종원스님은 말한다. “요동치지 않는 신실함으로 바른 소임을 살겠습니다. 한시도 소홀하지 않을 ‘밥값’을 대중을 향해 실천할 것이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승가의 뒷모습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