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읽어볼 佛書들

경전 해설·게송 모음…부처님 지혜 담아내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연말연시에는 자칫하면 분위기에 휩쓸려 흥청망청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처님 가르침이 담긴 불서(佛書)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어떨까.  

 

연관 스님이 남긴 ‘水淸珠’ 
〈만선동귀집강의〉상·중·하/ 영명연수 씀 /석성범 강의/ 연관 번역/ 사유수 출판사/ 각권 2만5000원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은 북송 시대 영명연수 선사의 대표 저술이다. “모든 선행이 일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영명연수는 광범위한 경론과 선문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를 대만의 근현대 선지식 석성범 스님이 알기 쉽게 풀어낸 것이 〈만선동귀집강의〉다.

〈만선동귀집강의〉는 부산 관음사 지현 스님이 대만 성지순례 중 석성범 스님의 저서를 보시받아 한글 번역을 발원했고, 화엄학림 학장을 지낸 뒤 봉암사에서 정진하던 연관 스님이 이 뜻에 동참해 번역에 착수했다. 

하지만, 연관 스님은 번역 작업 중 병을 얻었고, 봉암사에서 부산 관음사로 내려와 곡기를 끊고 이생을 정리한 뒤 2022년 6월 15일 원적에 들었다. 연관 스님이 생전에 수차 교정했던 원고를 지현 스님과 화엄학림 제자 정묵 스님이 한 번 더 감수해 마침내 출간됐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대종사는 글머리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2022년 봄, 급작스럽게 세연을 다한 연관 스님의 마지막 유작이 된 〈만선동귀집강의〉는 혼탁한 우리의 업을 맑히는 수청주(水淸珠)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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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선동귀집 강의(중) (jb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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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화엄경’ 역경불사
〈화엄경소론찬요〉 13~16/ 혜거 엮음/ 불광출판사/ 각권 3만원

‘불교 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약칭 〈화엄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상의 경전이다. 하지만 경전의 내용이 워낙 깊고 오묘하고 분량도 방대해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렵다. 한국불교 대강백 탄허 스님은 〈화엄경〉 번역을 비롯해 중요 화엄학 관련서를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懸吐譯解)해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전 47권)을 1975년 간행했다. 

턴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이 40년이 지났고, 현대인의 안목으로 이를 따라가기 어렵게 됐다. 현대인의 안목에 맞춰 간결하며 명확한 〈화엄경〉 강설이 필요해졌다. 이에 탄허 스님의 제자인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 스님이 〈화엄경소론찬요(華嚴經疏論纂要)〉 120권을 현토·완역하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역경불사에 들어갔다. 〈화엄경소론찬요〉는 명말청초 때의 도패(1615~1702) 대사가 약술 편저한 책으로서, 청량 국사의 〈화엄경소초〉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의 정요만을 뽑아 편집했다. 

혜거 스님은 2016년 〈화엄경소론찬요〉1·2권을 시작으로 매년 역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 간행된 13~16권은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십지품’에 해당하며, 원본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중 제60권부터 제73권까지의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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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풀어낸 ‘능엄경’ 강의
〈능엄경 강해〉Ⅰ·Ⅱ/ 한자경 지음/ 서광사/ 3만5000원·4만3000원

〈능엄경〉은 붓다의 가르침을 완성하기 위해, 보여진 현상세계 전체를 넘어서는 마음 자리를 확고하게 붙잡기 위해 쓰여진 경전이다. 수행하는 불자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그 마음을 ‘신묘하고 맑고 밝은 마음’인 묘정명심(妙淨明心), ‘원만하며 묘하고 밝은 마음’인 원묘명심(圓妙明心)으로 밝히면서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 마음에 입각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자아와 세계의 실상을 해명한다. 일체 존재의 방대한 범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수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신비한 내용들도 논리적으로 해명해 주는 통합적 불교 이론서 내지 수행 안내서다.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을 들여 〈능엄경〉 역본들과 여러 주석서들을 대조하며 번역과 해설을 완성했다. 반라밀제(Paramiti)의 한문역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원문을 기초로 하여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풀이하고, 그 내용을 철학적으로 설명했다. 

〈능엄경〉의 내용이 붓다가 아난, 파사익왕, 관세음보살 등과 나눈 대화체의 글이기 때문에 생생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대화체의 대본 형식으로 풀어 구성하고, 모든 대화를 존댓말로 번역한 점이 큰 특징이다. 구절마다 해설 앞에 간략하게 내용을 도표화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했고, 핵심적인 도표들은 각 권 뒤에 별도로 묶었다. 중요한 개념과 수(數), 인명, 비유 등은 색인에서 찾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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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보살행 입문 위한 필독서
〈입보리행론 요해〉/ 톡메 상뽀 지음/ 수다지 켄포 한역/ 지엄 한글 편역/ 운주사/ 4만원 

〈입보리행론〉은 인도의 샨티데바 논사가 지은 대승보살행의 입문서로서 보리심에 대한 가르침을 자세하고도 광범위하게 담은 가장 뛰어난 논서다. 이번에 발간된 〈요해〉는 〈입보리행론〉에 대한 간단명료한 설명과 요점이 매우 잘 집약된 해설서로, 티베트 역사상 〈입보리행론〉에 제일 정통한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톡메 상뽀가 지은 〈입행론석·선설해〉를 오명불학원의 수다지 켄포가 중국어로 번역해 출판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불교의 궁극 목적인 해탈도의 수행에 있어 번뇌를 항복받기 위해서는 산란한 마음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출리심을 얻고 보리심을 내며 육바라밀의 실천을 통해 지혜를 이루어야 하는데, 〈입보리행론 요해〉에서 이를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이 책은 모든 수행자들이 해탈도로 나아감에 있어서 일체중생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여기고 중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게 가르친다. 나아가 자신의 공덕과 이익은 중생에게 주고 중생의 고통과 손해는 자신에게 가져오며, 일체중생을 해탈의 길로 이르게 하고자 하는 보리심을 발하도록 설한다. 새해 대승보살도 수행의 지침서로 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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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굿따라 니까야’ 정수를 풀이하다
〈정선 앙굿따라 니까야〉/ 이중표 역해/ 불광출판사/ 3만원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석학인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완결작인 〈정선 앙굿따라 니까야〉가 출간됐다.

2019년 시리즈 제1권 〈정선 디가 니까야〉의 출간 이후, 제2권 〈정선 맛지마 니까야〉(2020년), 제3권 〈정선 쌍윳따 니까야〉(2021년)까지, ‘정선 니까야 시리즈’는 방대한 니까야 가운데 핵심만을 가려뽑아 현재의 우리가 체계적으로 경전을 읽고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가르침부터 열한 개 가르침까지, 설하고 있는 법의 개수에 따라 장을 나누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 방식은 이 경전을 읽고 공부하는 이가 교리를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가르침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앙굿따라 니까야〉의 가르침 가운데 189개의 주요 가르침을 가려 뽑아 편성하였다. 이로써 보다 쉽게 깨달음의 체계에 다가갈 수 있고, 법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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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로 만나는 부처님 게송
〈삶의 지혜를 위한 붓다의 노래〉/ 중산 향적 엮음/ 담앤북스/ 3만3000원 

불교 경전은 크게 서술적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압축·요약해 독송하기 쉬운 게송(偈頌)으로 이뤄졌다. 게송은 가르침을 압축해 시의 형태로 쓴 것으로 가히 불교의 진수(眞髓)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래화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삶의 지혜를 위한 붓다의 노래〉는 월간〈해인〉 초대 편집장이자 해인사 주지를 역임한 중산 향적 스님이 대승불교 경전 중에서 부처님 게송만을 발췌해 주제에 맞춰 모은 다음 우리말로 번역하여 엮은 게송집이다.

책은 출가자와 재가자, 일반인들이 수지독송(受持讀誦)하기 좋은 내용 및 수행과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한데 모아 8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육바라밀의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와 사성제, 그리고 마음에 새겨둘 〈가려 뽑은 선시〉를 한데 묶었다. 각각의 게송은 독송하기 쉽도록 향적 스님의 우리말 번역을 싣고 한역 원문과 경전명을 함께 실어 원문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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