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어렵다고 한다.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용어가 대부분 한자이기 때문이고, 게다가 개념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불교’라는 어려운 개념에 ‘꽁트’라는 일단 뭔가 재미가 있을 것같이 느껴지는 장르가 만난다면 어떨까?
불교계 대표적인 출판사 민족사의 윤창화 대표가 불교의 중요한 용어들을 1970년대에 유행했던 ‘꽁트’라는 장르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을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화제의 책은 바로 <불교 지식 꽁트>. 이 책에는 삼매, 해탈, 할, 삼독, 일체유심조. 그냥 말만 들어도 어려운 용어들이 나온다. 저자는 이 어려운 용어들을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어로 된 글로 읽는다면 그 의미가 확연히 명확하게 와 닿을 것이라는 생각에 꽁트를 생각했다.
꽁트는 인생의 순간적 한 단면을 예각적(銳角的)으로 포착, 표현한 가장 짧은 소설이다. 단편 소설보다 더 짧은 글 속에 사물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압축하여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기지ㆍ유머ㆍ풍자가 있다. 그래서 꽁트를 보다 보면 웃음이 터지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혼이 나간 듯/ TV를 보고 있는 어린아이의 얼굴/ 나는 나의 존재를 잊었다./ 망아(忘我).”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화석이 되어 버린 아가씨/ 설마 죽은 것은 아니겠지?”
저자는 ‘무아’를 이렇게 표현하면서 곧바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무아(無我)’는 나(我)란 없다는 뜻이다. 논리적 바탕은 오온무아(五蘊無我),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존재는 무아)이다. 오온무아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색ㆍ수ㆍ상ㆍ행ㆍ식 오온에는 항구적인 실체로서 ‘나(我)’,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我空)는 뜻이다. 제법무아는 법공(法空)으로 나를 포함한 만물 역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또 무아는 아뜨만(ātman)을 부정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초기경전의 주석서들에서는 대부분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2017년 세종도서 학술부분에 선정된 <당송시대 선종 사원의 생활과 철학>, <선불교>, <왕초보, 선 박사 되다> 등 선(禪)에 관한 연구를 깊이 있게 하고 있는데, 선(禪)이야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날카롭게 뚫어 바로 깨달음을 이루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선과 유머를 통한 지식 전달인 꽁트와 잘 통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선문답(禪問答)은 선불교, 선의 문답, 또는 선승들이 주고받는 문답 형식의 대화로, ‘법거량’이라고도 한다. 선문답은 탈상식ㆍ초논리의 대화이다. 상식적ㆍ논리적인 언어로는 고정관념에 속박되어 있는 마음의 벽을 뚫을 수가 없다. 역설적ㆍ비약적인 방식, 핵탄두 같은 언어라야 관념의 벽을 뚫을 수가 있다.”
그런 ‘선문답’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간첩끼리 주고받는 암호/ 선의 수수께끼/ 선승들이 주고받는 깨달음의 대화다.”
“산은 산, 물은 물/ 산이 물 위로 간다./ 석녀(石女)가 아이를 낳다./ 역설적·비약적ㆍ초논리적 대화다.”
강원 평창 출신인 저자는 1965년 오대산 월정사로 입산하여 약 13년간 출가 생활을 했다. 8년 동안 월정사 조실 탄허스님 시봉을 하면서 학문의 세계와 만나게 됐다. 1972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13회), 1999년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한국고전번역원)을 졸업했다. 1980년 불교 전문출판사인 민족사를 만들어 42년째 불교책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