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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철학 길라잡이(대원불교학술총서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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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완 / 운주사

불교와 불교철학에 처음 관심을 가진 초심자들을 위한 안내서!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이어진 불교사상의 변천과 전래과정을 추적하여 불교철학의 주요 얼개, 불교사상의 면모를 보여준다.

 

1.

만물은 흘러가고, 우리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매 순간 생멸하고 변화하는 흐름이 처음부터 그러하였다고 말한다. 무시(無始)의 시작 이래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 생멸하고 있다.

나도 변화하고, 세계도 변화한다. 어느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나’와 ‘세계’는 무엇인가? 나와 세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무엇인가?

철학으로서 불교는 이 같은 물음에 대답을 모색해 온 사유의 역사를 포함한다. 붓다의 깨달음 이후 2,500년 동안 이어진 긴 전통은 ‘나는 누구인가?’ 혹은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대답들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물론 당연히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존재의 근원적 질문도 포함된다.

 

2.

불교에서 철학한다는 것은 ‘나의 등불로 밝히고, 나의 눈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철학은 바르게 보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알고자 하는 지적 사유 체험이다. 하지만 ‘있는 것’과 ‘보이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참된 앎이란 바르게 보는 것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붓다의 교설에 따르면, 이 세계에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물은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물 간의 관계 속에서만 세계가 현상한다. 그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이다. 즉 세계에 속하는 것은 어느 것도 실재하지 않으며, 만물은 모두 연기적 현상이다. 이것이 붓다가 본 ‘있는 그대로’의 세계이다.

붓다에게 ‘있는 것’은 ‘변화하는 현상’이고, ‘없는 것’은 ‘아트만’, 즉 ‘불변하는 궁극의 실재’이다. 붓다에게 이런 ‘아트만’은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것은 참된 진실이 아니다. 불교철학은 이 같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성찰이며, 2천 수백 년 이상 이어져 온 주석의 역사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인간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무아(無我)’의 깨달음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는 길(mārga)을 제시했던 붓다의 가르침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주석의 지성사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불교라는 사유전통은 서로 다른 풍토에 뿌리내린 다양한 삶의 역사가 상호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었다. 불교사상과 문화는 다채롭고 심오한 사유의 싹들이 자라 줄기와 가지를 뻗으며 이루어 낸 풍성한 나무이자 숲과 같다. 불교를 단일한 하나의 개념이나 사상체계로 축소하는 이해하는 것은 숲을 보지 않고 나무에 집착하는 태도로 불교를 판단하는 편협한 관점이다. 불교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불교는 또한 어떤 ‘본질주의’적 정의도 거부한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무한한 조건들에 의존하여 발현한다는 불교의 진리에 대해 ‘불교’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과 정보와 지식이 교류하고 융합하고, 혹은 투쟁하면서 불교의 사상도 초기불교, 아비다르마의 다양한 학파들, 다르마의 실재성을 주장하는 설일체유부, 존재와 인식 사이의 간극을 발견한 경량부, 만물은 연기적 현상이며 본질에서 텅 빈 공(空)이라고 논증한 중관, 세계는 단지 의식의 발현일 뿐이라는 유식, 동아시아의 천태와 화엄사상, 선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사상)을 낳은 것이다.

 

3.

신학을 전공한 저자는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떠난 유학길에서 만난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역유학을 한 독특한 이력을 보여준다. 그런 저자에게는 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 개념, 언어 등은 낯설고 어려웠다. 전혀 다른 세계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렇듯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일상어로 불교에 들어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개론서’, ‘아직 불교철학에 낯설지만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 불교의 지적 전통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개론서’를 지향하며 이 책을 저술하였다.

간략하지만, 이 책을 통해 2,50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주요 불교철학과 학파들의 핵심 주장들을 오늘의 언어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 이규완

한신대학원에서 구약학, 보스턴대학교에서 지혜문학과 고대근동학,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였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도불교철학의 극미론(원자론)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형이상학적 원자론 연구 - 희랍, 인도, 불교철학에서 현재까지”라는 주제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유식이십론술기 한글역』, 『세친의 극미론』, 『새빨간 논리』(이하운),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공저), 『원자론의 가능성』(역서)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아비다르마철학에서 기세간과 유정의 타락」, 「구사론주 세친과 유가사 세친의 (불)연속성 문제에 관하여」, 「5위75법체계의 성립과 경량부 해석에 관하여」 외 다수가 있다.

 

 

차례

 

발간사․5

머리말․7

 

  1. ‘있는 것’과 ‘보이는 것’ 19

–철학으로서 불교

고통스러운 마야(māyā)․20

‘보이는 것’과 ‘있는 그대로’․24

철학으로서 불교․28

 

  1. 성자들의 땅 33

–인도의 철학

‘인도’라는 발명품․33

인도의 배경․35

베단타(Vedānta)․36

상키야(Saṃkhya)․41

바이셰시카(Vaiśeṣika)․45

 

  1. 방랑의 카리스마들 49

–슈라마나(śramana) 전통의 등장

『사문과경』․52

무신론과 유물론․54

 

  1. 슈라마나의 붓다들 61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61

무인무연론(無因無緣論)․63

거짓된 운명론․66

요소론․69

불가지론․73

 

  1. 대웅(大雄)과 고타마 붓다 75

자이나교(Jainism)․75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hartha)․80

 

  1. 고타마 붓다의 가르침 89

중도(中道)․90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92

자기 자신과 진리에 의지하라․96

 

  1.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101

–무아

무아(無我, nairātmya)․103

 

  1. 누가 윤회하는가?․111

 

  1.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다․123

 

  1. 세계는 보이는 대로 존재한다 135

5위75법․138

식필유경(識必有境)․141

삼세실유(三世實有)․144

 

  1. 아무것도 실재하지 않는다 147

만물은 공하다․148

궁극적 진리와 가설적 진리․151

자성(svabhāva)의 부정․154

 

  1. 파랑나비의 날개는 파란색일까? 159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160

눈이 보는가? 식이 보는가?․165

종자(bīja)와 상속전변차별․168

 

  1. 꿈꿀 때와 깨었을 때 171

‘극미는 실재하지 않는다’․176

세계는 꿈과 같다․179

 

  1. 세계는 의식의 흐름 185

‘통 속의 뇌’․185

일수사견(一水四見)․189

식의 변화․191

세 층위의 존재들․194

 

  1. 죽은 후 영혼은 소멸하는가? 199

격의불교․201

신멸불멸논쟁․202

쿠마라지바(Kumārajīva)와 경전 번역․206

 

  1. 동아시아의 불교철학파 209

–중관과 유식

삼론종(三論宗): 동아시아 최초의 불교학파․209

법상종(法相宗): 동아시아 유식학파의 발전․214

유식사분설(唯識四分說)․218

 

  1. 그것은 ‘진정한 불교’가 아니다? 221

여래장(如來藏, tathāgatagarbha)․223

『대승기신론』․226

동아시아 불교는 비불교적인가․229

 

  1. 하나가 전부, 전부가 하나 235

천태산(天台山)․236

세계는 하나의 꽃이다․240

 

  1. 내 마음이 불안합니다 249

보리달마와 혜가․250

혜능(慧能, 638~713)의 전설․253

신라에서 티베트까지․256

불안(不安)․258

 

  1. 불멸 후 천년, 새로운 시작 261

7~8세기의 전환기․261

불교는 단일한 사상체계가 아니다․268

 

참고문헌․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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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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