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피가 내린 아름답고도 놀라운 순간들
대한불교조계종 제8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묶음
정토 가는 길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열리는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전〉에는 불자들의 지극한 신심과 가피 이야기를 담은 신행 수기와 발원문을 공모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 불교방송이 진행하며, 심사를 거친 당선작들은 조계종출판사에서 책으로 엮어 출간한다.
2021년 제8회 신행수기 당선작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로병사 앞에서 부처님의 가피로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치유를 바란다는 희망 어린 발원문들도 빛을 발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것의 주인인 내가 행동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해결한 김분애 불자의 신행수기가 올해의 총무원장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는 “작은 빗방울이 모여서 개울을 이루고, 그 개울이 모여서 강물이 형성되고 바다가 되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부처님 말씀으로, 제 뒷모습에서 ‘부처님 말씀을 섬기는 사람의 뒷모습은 저러하더라’는 이야기가 들리게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렵니다”라면서 불자로서의 목표를 다짐했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춘기 소녀가 성인이 되어 ‘번뇌즉보리’라는 법을 접하고 환희심과 위로를 얻음으로써 불교를 믿게 된 이정민 불자의 사연은 포교원장상을 수상했다. 이 수상작은 고통받는 한 사람이 불교를 믿음으로써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남편이 뇌종양 수술 후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은 숟가락을 들었지만 막상 ‘목이 멘 밥’에 눈물을 흘렸다는 한 여성(정정례 불자)의 이야기는, 108배를 하면서 남편을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매달린 것이 결국 남편이 음식을 삼키고 조금씩 걷기 시작하는 등 부처님 가피로 나타났음을 절감하며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중앙신도회장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각기 처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부처님께 의지하며 새로운 힘을 얻게 된 불자들의 이야기가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감동을 전해준다.
‘하심’으로 시작된 부처님을 향한 발원이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나아가기까지
신행수기는 교정교화 부문에서도 선정할 수 있었다. 수형자들은 부처님을 만나고서 비로소 속죄하고 하심下心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 정진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수형자는 교정시설에 입소해 불교를 접한 것이 뜻밖의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불교에 대해 무지했던 자신이 6개월 만에 아침·저녁 예불을 집전하고 목탁을 치고, 《반야심경》을 암송하고 경전 사경과 108배를 하게 된 변화가 신기할 따름이며, 매일 아침 염불을 외우면서 탐진치를 버리자고 다짐하는 자신을 볼 때면 크게 변한 자신에 놀란다고 한다.
부처님을 믿고 기도하며 기적 같은 일을 마주하게 된 불자들은 부처님을 믿게 된 것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고 고백한다. 부처님을 향한 기도는 인생에 나침반이 되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개인의 참회와 속죄에서 더 나아가 이웃을 향해 시선을 넓히며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불자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대승장엄경론》 2권에는 “세간에서 자기의 즐거움을 구하다가/즐겁지 못하면 언제나 몹시 괴로운데/보살은 부지런히 남을 즐겁게 하기에/두 가지의 이익이 최상의 즐거움을 이룬다”라고 했다. 자기의 즐거움을 넘어서 남을 즐겁게 하려는 보살의 자세로 나아가는 불자들의 신심이 눈물겹고도 감동적이다.
수상자들은 앞으로도 기도하는 수행자의 삶을 살 것이고, 이웃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참다운 불자가 되기를 발원했다. 이 불자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가닿아, 누구나 어렵고 힘들 때 부처님을 만나 일어설 힘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매회 수상자들의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느꼈던 감동들은 잊을 수가 없다. 암울한 상황과 절망적인 환경을 기도와 수행, 부처님의 가피로 이겨낸 인욕과 정진의 사연들은 인생의 교훈을 넘어서서 참된 불자의 길이 무엇일지 일깨우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탁한 물일수록 더욱 영롱하고 청명한 연꽃이 피어나듯이 세상이 어려울수록 우리에게 보살의 삶은 더욱 가까이 있다.”고 신행수기 당선자들에게 치하의 말씀을 전했다.
내용 소개
기도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바로 깨우고 세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공부할 내용을 예습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몰라도 두렵지 않고 예습한 내용이 있어 편안히 풀릴 내 인생의 한 단원이 아닌가 싶다. 엄마를 만날 때면 나도 엄마에게 꽃 가마를 태워 달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의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 않으니 기꺼이 태워 줄 것 같다. 67쪽
내 안의 빛은 언제나 감사의 빛을 밝혀주고 있는데 무엇이 그 빛을 가리고 있는지요. (…) 결국에는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그 빛을 가리면 못 보고, 제거하면 보이는 것을 말입니다. 자신만 마이너스하면 ‘빛을 가렸다, 가리지 않았다’ 할 것도 없이 모두가 그대로인 것을…….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자신을 마이너스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자신과 만나 함께할 때,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아름다운 이 지구가 더욱 아름다운 연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81~82쪽
진여원 법당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이제 길게 드리워진 기억을 가지고도 미소 짓고 살겠습니다. 흩어져버린 사랑의 조각들에 가슴을 저미게 하지 않고 그 흔적에도 감사해할 것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에도 햇살 품은 바람이 불고 있듯이 저의 봄 뜨락에도 부처님 향기 가득한 마음 밭을 일구겠습니다. 91~92쪽
“여기서 요행히 피해 간다고 해도 다시 또 그와 같은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어요. 피하려고 하지 마시고 대화로 해결해보세요.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것도 인연이며, 헤어지는 것도 인연이요. 다 때가 있습니다. 이왕이면 서로 좋아서 만났으면 헤어지는 것도 잘 헤어져야죠. (…)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결정하세요! 남편한테서 나쁜 모습만 바라보고 살지 말고 좋은 모습도 한번 찾아보세요. 나에게 잘못은 없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165쪽
2020년 11월 종교집회 이후로 코로나19 때문에 어떠한 종교행사도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부터 자유를 얻는 희망이 이루어져 여러 스님들을 모시고 설법도 듣고 배우며 교도소 내 불자님들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종교집회가 속히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현재 많은 분들의 법보시로 제가 불교 서적, 신문 등을 받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저도 사회 복귀 후 마찬가지로 법보시를 하여 또 다른 불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초보 불자인 제가 성자의 4단계 중 첫 단계인 수다원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탐진치를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정진하려 합니다. 세상 모든 분들이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며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206~207쪽
화를 분출한 빈자리에 후회가 금세 차올랐다. 조그마한 창문에 ‘내가 너무’라고 썼다가 지웠다. ‘미안해’라고 썼다가 또 지웠다. ‘나 때문에’라고 썼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인 끝에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상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괜찮아요. 지내다 보면 그럴 수 있죠. 저도 잘못했어요.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합시다” 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려 깐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내렸다.
장애를 극복한다는 《보왕삼매론》 때문일까. 나는 평생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먼저 사과를 해보지 못했었다. 매일 《보왕삼매론》을 읽어서일까. 정말 마음이 편해지고 나름 내려놓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심이 생겨난 것 같다. 222~223쪽
발행일 | 2021. 10.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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