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참선의 깊은 의미와 방향성을 일러주는
간화선의 교과서, 『서장(書狀)』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
간화선의 교과서로 불리는 대혜보각(大慧普覺) 스님의 『서장(書狀)』이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서장』은 간화선의 창시자 대혜보각 스님이 송나라 사대부인 참선 수행자들과 ‘마음 공부’, 즉 참선 수행에 대해 주고받은 65통의 편지글을 엮은 책으로, 20년 동안 대혜선사를 모시고 공부한 제자 혜연(慧然)이 기록하고 제자 황문창(黃文昌)이 중편하였다.
주된 내용은 ‘척사해 현정견(斥邪解 現正見)’으로, 삿된 견해를 배척하고 바른 견해를 드러내는 데 있다. 즉, 조동종(曹洞宗)의 묵조선(黙照禪)을 강렬하게 비판하고 임제종의 간화선(看話禪)을 주장하며 화두참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내용이다.
대혜선사의 이 가르침이 특히 돋보이는 것은 편지를 통해 선 공부법을 묻는 수행자 개개인의 근기에 따라 그에 맞는 처방을 해준다는 점이다. 간화선은 여러 공부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로지 화두를 참구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다 보면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바른 간화선의 길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대혜선사의 편지글은 선을 공부하는 지금의 수행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특히 한글세대 학인스님들과 수행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 간화선의 바른 수행법을 더욱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매끄럽게 새로 번역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 출판사 리뷰 ]
간화선 수행의 요지를 일러주는
옛 선사의 자상한 가르침, 『서장(書狀)』
대혜보각 스님이 개발한 수행법인 간화선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주 수행법으로, 산란한 마음을 화두에 집중시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화두에 대한 의심, 그리고 사구(死句)가 아닌 활구참상(活句參詳)이다. 대혜보각 스님은 여러 화두 중에서도 깨달음의 도구로서의 무자화두(無字話頭)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화두를 참구할 때 주의해야 할 무자화두십종병(無字話頭十種病)에 관한 내용도 『서장』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묵조선 비판에서는 좌선(坐禪) 제일주의로 일관하며 단상이견(斷常二見)에 떨어져 있는 것 등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참정 한로와 진소경 계임에게 쓴 편지글을 보면 ‘삿된 스승’ ‘귀신굴’ ‘말법의 폐단’이란 표현으로 묵조선을 비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추밀이 지난날 삼구(三衢)에 있었을 때 편지를 보내서 도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오히려 묵조에 빠졌는데 이것은 삿된 스승을 만나 귀신의 굴속으로 이끌려 들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요즘 다시 편지를 받아보니 그는 또 고요함에 집착하는 것을 훌륭한 공부로 생각합니다.
_이참정 한로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요즘 엉터리 스님들은 대다수가 묵조(黙照)하고 정좌하는 것을 궁극적인 법으로 간주하여 후학들을 의심하고 그릇되게 합니다. 산승은 그들과 원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써 그들을 꾸짖어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말법의 폐단을 구제하고자 합니다. _진소경 계임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한글세대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서간체 번역 돋보여
“평소에 어떻게 공부해야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곧장 본지풍광[本地]에 계합하겠습니까?”
『서장』의 첫 번째 편지는 송나라의 사대부 증시랑 천유가 나이 먹도록 불법에 대해 들은 바가 없음을 부끄러워하며 대혜선사에게 공부법을 묻는 내용이다.
이에 대혜선사는 “항상 고요한 가운데 간절히 운문의 수미산과 조주의 방하착(放下著)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잊지 마십시오. 바로 그 자리에서 착실하게 공부해야지, 지난 과거를 두려워하거나 미래를 염려해서도 안 됩니다. 염려하고 두려워하면 곧 도(道)에 장애가 됩니다.”라고 따뜻한 가르침을 전한다.
수백 년 전에 오간 편지글이 마치 지금 여기에서 주고받는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나 있다. 바로 세심한 번역 덕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사찰승가대학에서 한문 원문으로 공부해오던 『서장』을 현대에 맞게 번역했다는 점이다. 편지글의 특징을 살려 되도록 일상적인 문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대혜선사의 가르침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각 분야 집필위원들의 철저한 검토를 거쳤다.
기존에 발행한 한문본도 꼼꼼하게 교정하여 나란히 실었다.
[ 지은이 소개 ]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서장』 교육교재 편찬추진위원회가 발간에 참여했다.
증명
범해스님(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편찬위원
감수. 지안스님(전 승가고시위원장, 통도사)
자문. 인경스님(명상상담평생교육원장, 송광사)
집필. 김호귀(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HK교수)
집필 및 증의. 오용석(원광대학교 연구교수)
실무위원
법정스님(불학연구소 소장)
선화스님(불학연구소 사무국장)
박성수(불학연구소 사무팀장)
[ 차례 ]
간행사
편찬사
일러두기
대혜선사행장
상권
증시랑 천유가 대혜에게 질문한 편지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③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④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⑤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⑥
이참정 한로가 대혜에게 질문한 편지 ①
이참정 한로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➀
이참정 한로가 대혜에게 질문한 편지 ②
이참정 한로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강급사 소명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부추밀 계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➀
부추밀 계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➁
부추밀 계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➂
이참정 한로에게 답한 대혜의 별도의 편지
진소경 계임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진소경 계임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조대제 도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허사리 수원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허사리 수원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유보학 언수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유통판 언충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유통판 언충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진국태부인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장승상 덕원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장제형 양숙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왕내한 언장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왕내한 언장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왕내한 언장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③
하권
하운사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여사인 거인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여낭중 융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여사인 거인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여사인 거인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왕장원 성석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왕장원 성석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종직각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이참정 태발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증종승 천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왕교수 대수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유시랑 계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유시랑 계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이낭중 사표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이보문 무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향시랑 백공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진교수 부경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임판원 소첨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황지현 자여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엄교수 자경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장시랑 자소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서현모 치산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양교수 언후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누추밀 중훈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누추밀 중훈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조태위 공현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영시랑 무실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영시랑 무실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②
황문사 절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손지현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장사인 장원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탕승상 진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번제형 무실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성천규 화상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고산체 장로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해제
[ 간행사 ]
『서장(書狀)』은 간화선의 창시자이신 대혜보각 스님께서 참선 수행자들에게 보내신 편지글을 엮은 소중한 법보입니다. 이 책에 담긴 가르침은 대한불교조계종이 면면히 이어온 간화선의 깊은 혜안이며, 선명상의 근간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특히 역사적 문헌이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선의 깊은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생생한 지침서입니다. 이는 간화선 수행의 정신과 맥을 같이하며,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 발간하는 한글 번역본 『서장』은 간화선의 교과서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수행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친근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이 담긴 결실입니다. 특히 사찰승가대학 스님들이 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세대의 특성을 고려하여 원전의 깊은 뜻을 현대어로 옮기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_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범해
[ 책 속으로 ]
다만 고인(古人)의 언구 위에 탑을 쌓듯이 한 층을 쌓고 또 한 층을 쌓는 일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잘못 공부하면 마칠 기약이 없게 될 것입니다. 다만 마음을 한곳에 두면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성을 쌓는 돌처럼, 맷돌 처럼 계합하여[築著磕著] 확 깨닫게 됩니다.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을 때 허물이 있겠습니까?”
“수미산.”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합니까?”
“방하착.”
여기에서 의심이 타파되지 않거든 단지 여기에서 참구할 뿐이지, 달리 가지와 잎사귀를 만들지 마십시오.
_45p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③> 중에서
저는 일찍이 출세간의 공부를 하는 도반[方外道友]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요즘 수도하는 사람들은 그저 빠른 효과만을 구하는 것이 잘못인 줄을 모릅니다.” 그러자 그들은 도리어 “번뇌가 없고 반연이 없이 고요하게 앉아서 참구하며 허송세월하는 것은 몇 권의 경전을 읽고, 몇 마디의 염불을 하며, 부처님 앞에 몇 번이라도 절을 하면서 자주 예불하고 평소에 지은 죄업을 참회하여 염라대왕이 쥐고 있는 철봉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행위입니다.
요즘 도가의 사람들은 완전히 망상심에 빠져서 태양의 정기와 달빛을 생각하며, 안개를 마시고 맑은 기운을 삼키면서 이 몸을 세상에 오래 머물게 하며[留形住世] 춥고 더움의 핍박을 받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 마음과 생각을 돌이켜 완전히 반야에만 얽매어 둔다면 어떻겠습니까?
_58p <증시랑 천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⑥> 중에서
무릇 망상으로 전도된 마음, 사량하고 분별하는 마음, 생(生)을 좋아하고 사(死)를 싫어하는 마음, 알음알이로 이해하려는 마음,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마음 등을 당장 내려놓고, 다만 내려 놓은 그 자리에서 화두를 참구해보십시오.
한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습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가 말했습니다.
“무(無).”
이 한 글자야말로 무수하게 많은 잘못된 지식과 잘못된 깨달음 등을 쳐부수는 무기입니다. 이 무(無)라는 글자에 대하여 유무를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지 말며, 도리를 통하여 이해하려고 하지 말며, 의식으로 사량하고 헤아리지도 말며, 눈썹을 치켜들고 눈을 깜박이는 곳에 마음을 두지도 말며, 언어의 길에서 살길을 도모하려고 하지도 말고, 일 없는 곳에 마음을 두지 말며, 화두를 드는 곳에서 알려고 하지 말며, 문자를 끌어들여 증명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_87p <부추밀 계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①> 중에서
만약 공께서 산승을 믿는다면 먼저 시끄러운 곳에서 구자무불성 화두[狗子無佛性話]를 참구할지언정 깨닫고 깨닫지 못함을 말하지 마십시오. 마음이 어지러울 때에 천천히 화두를 살펴보십시오. 고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까? 또한 힘을 얻음을 느낄 수 있습니까? 만약 힘을 얻음을 느낀다면 곧 놓아버리지 마십시오. 고요히 앉고 싶으면 다만 향을 하나 사르고 고요히 앉으십시오. 앉아 있을 때에는 혼침하지 말며, 또한 산란하게 하지도 마십시오. 혼침과 산란은 옛 성인들이 경계한 것입니다. 고요히 앉았을 때 이러한 두 가지 병이 나타남을 깨닫게 되면 다만 ‘구자무불성 화두’를 살펴보십시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병은 애써서 물리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안정될 것입니다. 오래오래 하면 힘을 더는 것이 바로 힘을 얻는 곳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요한 곳에서 힘을 써서 공부하지 않더라도 다만 이렇게 하는 것이 공부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_96p <부추밀 계신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③> 중에서
그러므로 번뇌의 반연이 깊은 것은 얕게 해주고, 반야의 인연이 얕은 것은 깊게 해주며, 반야의 인연이 생소한 것은 익숙하게 해주고, 번뇌의 반연이 익숙한 것은 생소하게 하십시오. 문득 세간의 번뇌 망상의 일을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는 힘을 써서 물리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량하고 분별하는 곳에 나아가서 가볍게 화두를 살피십시오. 힘이 무한히 덜릴 것이며 무한한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_119p <조대제 도부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중에서
그러나 번뇌하는 바로 그때 번뇌가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자세하게 살펴보십시오. 만약 번뇌가 일어난 이치를 찾을 수 없다면 지금의 번뇌는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바로 번민하고 있는 그때 있는 것입니까 없는 것입니까? 허망한 것입니까 실다운 것입니까? 궁구하고 궁구하면 마음 갈 곳이 없어질 것입니다.
생각이 나거든 생각하시고 울고 싶으면 오직 울기만 하십시오. 울고 또 울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장식(藏識) 가운데 있는 허다한 은애와 습기를 모두 떨구게[抖擻] 되면 자연히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것처럼 번뇌도 없고 사량도 없고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는 자기의 본래면목으로 돌아갑니다.
_189p <왕내한 언장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③> 중에서
천 가지 의심과 만 가지 의심이 다만 이 하나의 의심입니다. 화두에서 의심을 깨뜨리면 천 가지 의심과 만 가지 의심이 일시에 깨집니다. 화두를 깨뜨리지 못하면 바로 화두에 나아가 겨루어보십시오. 만약 화두를 버리고 달리 문자에서 의심을 일으키거나 경전의 가르침에서 의심을 일으키거나 고인들의 공안에서 의심을 일으키거나 일상의 번뇌 가운데에서 의심을 일으키면 모두 삿된 마구니의 무리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화두를 드는 곳에서 알려고 하지 말고, 사량하고 헤아리지 마십시오. 다만 사량할 수 없는 곳에 마음을 두고 사량하면 마음이 갈 곳이 없어진 것이 마치 쥐가 쇠뿔 속에 들어가서 꼼짝도 못 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다만 구자무불성 화두를 참구하십시오. 만약 무 자를 꿰뚫으면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 제방 노숙의 말씀, 천 가지 차별과 만 가지 차별을 일시에 꿰뚫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물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197p <여사인 거인에게 답한 대혜의 편지>
발행일 | 2024. 12.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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