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서출판 민족사의 스테디셀러인 ‘도표로 읽는 시리즈’ 8번째 『도표로 읽는 반야심경』이다. 반야심경은 260자에 불교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 가장 인기 있고 애독되는 경전이며 대승불교인 한국불교의 모든 법회에서 봉독하며 불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아주 친숙한 경전이다. 『도표로 읽는 반야심경』은 자주 접하는 경전이지만 막상 반야심경의 내용을 잘 모르거나, 너무 기본이라고 생각돼서 차마 주변에 물어보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반야심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명료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도표로 읽는 반야심경』의 주목할 만한 점
우리나라는 범어를 한자로 번역한 현장역 『반야심경』을 채택해서 독송하고 있다. 범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한자로 된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반야심경은 짧지만 공도리(空道理)를 담고 있는 어려운 경전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책 『도표로 읽는 반야심경』은 한자의 불교 용어를 범어본과 한역본을 비교하여 풀이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도를 높여, 어렵지만 쉬운 경전으로 풀이해 주고 있다.
『반야심경』의 범본과 한역본의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뿐만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범본 문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고, 『반야심경』의 산스끄리뜨본, 한역본(현장 역), 에드워드 콘즈(E·Conze)의 영역본을 비교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해설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반야심경』의 핵심인 공사상을 ‘오직[唯] 마음[識]만이 있을 뿐이고 바깥의 대상은 없다[無境]’는 ‘유식무경(唯識無境)’의 유식학 입장에서 해석하였다. 언뜻 보면 마음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식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공사상은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마음[전5식, 제6 의식, 제7 말나식, 제8 아뢰야식]도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유식에서도 『반야심경』의 공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마음을 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의 지향점은 같다는 것이다. 다만 유식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나 중간중간 유식 용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을 첨가해 두어 이해하기 쉽다.
260자로 이루어져 불교의 공사상을 알려주는, 반야심경
『반야심경』은 ‘위대하고[마하] 완전한 지혜[般若]를 바탕으로 중생을 고통의 세계[此岸]에서 깨달음의 세계[彼岸]로 건너게[度] 하는 반야경의 핵심[心]을 담은 경전[經]’이라는 뜻이다. 반야바라밀다(반야경)의 심장이 되는 핵심을 추린 경전으로 600권 분량의 경전을 260자로 추린 것이다. 부처님의 팔만 사천 법문 가운데 가장 간결하고 불자들이 제일 많이 독송하는 경전으로 삶의 태도와 생활방식에 대한 방향 제시까지 가르쳐 주고 있다.
『반야심경』은 관세음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다’를 깨닫고 사리불에게 말해주는 형식으로 불교의 핵심 사상인 ‘공사상’을 말하고 있는데, 관세음보살은 6바라밀, 즉,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반야를 실천하고 공을 체득하였다.
저자 허암 김명우는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과 동아대학 대학원에서 유식사상을 전공하였으며, 『반야바라밀다심경』, 『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 『왕초보 반야심경 박사 되다』, 『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唯識でよむ般若心經)』, 총 4종류의 『반야심경』 해설서를 출판하였는데 아마 국내에서 반야심경을 가장 많이 출판한 이가 아닌가 싶다.
수십 년 동안 반야심경에 대한 해석을 깊이 있게 해온 저자는 이 책 도표로 읽는 반야심경을 통해 불교 초보자들이 누구나 편하게 읽고,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했다. 단순히 반야심경 그 자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불교의 기본 용어와 사상 또한 쉽게 설명해 주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장점이다. 심오한 공의 세계를 편안하고 즐겁게 이끌어주는 본격 반야심경 길잡이로 불교 초심자나 일반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다.
허암 김명우
일본 동경대학대학원과 동아대학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유식사상을 전공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의대학교 철학인문학부에 재직하고 있으며, 성심을 다해 학생을 가르치면서 불교 관련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마음공부 첫걸음』(반야학술상), 『49재와 136지옥』, 『왕초보 반야심경 박사 되다』, 역서로는 『마음의 비밀』, 『오온과 유식』, 『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등이 있다. 지금까지 20권이 넘는 불교 관련 저·역서를 펴냈다.
논문으로는 「말나식과 함께하는 심소법 고찰」(퇴옹학술상), 「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감산의 『팔식규구통설』에 나타난 말나식 고찰」 등 20여 편의 논문이 있다.
배종훈
2003년 ‘월간 불광’ 연재를 시작으로 ‘불교신문’, ‘현대불교신문’ 등의 교계 언론사에 삽화와 카툰을 지금까지 연재하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 『도표로 읽는 불교 입문』–201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도표로 읽는 경전 입문』, 『도표로 읽는 천수경 입문』, 『연꽃 향기로 오신 묘엄 스님』,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유럽을 그리다』, 『행복한 명상카툰』, 『내 마음의 죽비소리』, 『자네 밥은 먹었는가』, 『처마 끝 풍경이 내게 물었다』, 『도표로 읽는 부처님 생애』, 『도표로 읽는 유식 입문』, 『도표로 읽는 명상 입문』–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등이 있다.
2010년 불일미술관 개인전(맑은 생각, 카툰 선을 만나다), 2014년 스페이스 선+ 2인전(마음이 추울 때 카투니카노 한잔 어때요), 2014년 불교박람회&붓다아트 페스티벌 기획 초대전, 2016년 스페이스 선+ 갤러리 개인 초대전 등의 선카툰 전시회를 가졌다.
이메일 bjh4372@hanmail.net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h.bae.963
공을 체득한 완전한 지혜, 반야 1 –46쪽
반야의 의미
반야는 일반적으로 ‘지혜(wisdom)’라고 번역합니다. 범어로는 쁘라즈냐(prajñā), 빨리어는 빤냐(paññā)라고 하는데, 반야는 빨리어 빤냐(paññā)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것[音寫]입니다. 그리고 범어 ‘쁘라즈냐’는 ‘매우·뛰어난’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쁘라(pra)’와 동사어근 ‘√jñā(즈냐)’의 합성어로 ‘알다·앎’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쁘라즈냐를 ‘가장 뛰어난 지혜’라고 번역하였습니다. 반야는 분별을 동반한 지혜가 아니라 번뇌를 완전히 벗어난 깨달은 자의 지혜, 즉 부처님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공을 체득한 지혜’입니다.
완전한 지혜로 깨달음의 경지인 피안으로 건너게 하다 – 88쪽
그러면 관자재보살은 무엇을 실천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공하다고 체득한 것일까요? 바로 심오한 ‘반야바라밀다(C:般若波羅蜜多, SKT: prajñā-pāramitā, E: perfection of wisdom)’를 실천하여 공을 체득했다는 것입니다. 『반야반경』에서는 5가지 바라밀을 생략하고 반야바라밀만을 말하고 있지만, 반야바라밀을 실천하기 위해 이전의 5가지 바라밀을 실천하고, 마지막으로 반야바라밀을 체득하여 공을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깨달은 눈으로 보면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 -136쪽
색은 공과 다르지 않다
한역을 중심으로 ‘색불이공 공불이색’을 해설하겠습니다.
먼저 ‘색’이란넓은의미로는물질, 좁은의미로는육체·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색[물질, 육체]은 5온을 설명할 때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색[물질]은 범어 √ru(파괴하다)에서 파생한 것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시간적으로 소멸하는 성질을 가졌다는 것, 즉 변화하고 파괴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 주위에 펼쳐진 사물이나 자연계, 즉 산이나 강뿐만 아니라 지구도 언젠가 소멸하여 사라집니다. 이것을 한역에서는 물질은 변하여 파괴된다는 뜻인 변괴(變壞)라고 합니다.
깨달은 눈으로 보면 5온은 공하다 – 174쪽
시고공중 무색 무수상행식
(C:是故空中 無色 無受想行識, SKT: tasmāc Chāriputra śūnyatāyāṃna rūpaṃ na vedanā na saṃjñā na saṃskāra na vijñānaṃ, E:therefore Śāriputra! in emptiness there is no form, nor feeling, nor perception, nor impulse, nor consciousness)
이 경문은 공의 입장에서 보면 색·수·상·행·식의 5온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공의 입장에서 보면 5온이 공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속의 입장에서는 5온이 존재합니다. 물론 『반야심경』은 세속의 차원에서 5온의 존재를 논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세속의 차원에서도 5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허무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세속의 입장에서 보면 5온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의 입장에서 보면 5온은 공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234쪽
필자는 『반야심경』의 이 구절[마음에 장애가 없다]을 암송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숫따니빠따』의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홀로 걸어가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정 스님도 『숫따니빠따』 서문에서 이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 필자도 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삶의 지침서로 삼고 있습니다. 아마도 독자 여러분중에도이 가르침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코뿔소[무소]처럼 친구나 가족도 없이 홀로 평생을 살아가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전도를 떠나는 제자들에게 “수행자들이여 유행하라.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많은 사람의 안락을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인간과 신들의 이익·행복·안락을 위해서 두 사람이 함께 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홀로 살면서 열심히 사는 것은 더 힘듭니다. 즉 ‘게으르지 않게’ 열심히 정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남의 비난이나 칭찬에 흔들지 않는것’도 쉽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말
제 1장 반야심경을 읽기 전에
- 원래 제목이 없는 경전이다
- 형식을 파괴한 경전이다
- 『반야심경』의 인기 비결
- 범본 『반야심경』과 한역 『반야심경』
- 『반야심경』을 한역한 구마라집
- 『반야심경』을 한역한 현장
- 현장과 구마라집 한역의 차이
- 한역 『반야심경』의 주석서
- 한역 『반야심경』
- 한역 『반야심경』의 우리말 번역
- 범본 『반야심경』 로마자
- 범본 『반야심경』의 우리말 번역
제 2장 『반야심경』의 제목을 해설하다
-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제목을 해설하다
- 위대하고 위대하도다, 마하
- 공을 체득한 완전한 지혜, 반야 1
- 공을 체득한 완전한 지혜, 반야 2
-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다, 바라밀다
- 완성
- 반야경의 엑기스를 담다, 심
-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은 책, 경
- 결집
- 여시아문
- 팔만대장경이란?
- 『반야심경』을 4장으로 나누어 해설하다
제 3장 입의분(入義分)을 해설하다
- 나는 누구이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자유자재하게 세상의 이치를 관찰하다, 관자재
- 중생의 고통스러운 소리를 듣고 구제하다, 관세음
-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다
- 지혜를 닦고 자비를 실천하며 중생을 구제하는 자, 보살
-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실천하다
- 완전한 지혜로 깨달음의 경지인 피안으로 건너게 하다
- 6바라밀이란
- 나의 본래 모습은 공한 존재이다, 조견오온개공
- 다섯 가지 덩어리로 이루어진 나는 공한 존재이다
- 물질은 공하다
- 감수 작용은 공하다
- 개념 작용은 공하다
- 의지 작용은 공하다
- 인식 작용은 공하다
- 5온에서는 왜 수·상·행만을 설정했을까
- 공은 제로이다
- 자성이 공하다
- 인류의 위대한 발견, 제로[공]와 아뢰야식
- 나는 왜 연기적 존재이고, 공한 존재인가?
- 모든 고난과 재앙에서 벗어나다
제 4장 파사분(破邪分)을 해설하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은 공하다
- 지혜제일 사리자
- 조롱의 대상인 된 사리자
- 깨달은 눈으로 보면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
- 제법실상 진공묘유
- 깨달은 눈으로 보면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다
- 즉시란
- 정신작용도 공하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이다
-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공한 특질을 가졌다
- 제법이란
- 법이란
- 법이란 본보기이다
- 공의 눈으로 보면 제법은 불생불멸이다
- 공의 눈으로 보면 제법은 불구부정이다
- 초기불교의 수행법인 부정관
- 공의 눈으로 보면 제법은 부증불감이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5온, 12처, 18계는 공하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5온은 공하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12처는 공하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18계는 공하다
- 깨달은 눈으로 보면 12연기도 공하다
- 12연기란 무엇인가?
- 12연기 ① 무명·행
- 12연기 ② 식·명색·육입
- 12연기 ③ 촉·수
- 12연기 ④ 애
- 12연기 ④ 애/ 가. 까마
- 12연기 ④ 애/ 나. 욕
- 12연기 ④ 애/ 다. 탐욕
- 12연기 ⑤ 취·유·생·노·사
- 깨달은 눈으로 보면 4성제도 공하다
- 4성제란
- 고성제
- 고집성제
- 고멸도성제란
- 8정도
- 고멸성제
- 지혜도 얻음[소득]도 공하다
제 5장 공능분(功能分)을 해설하다
- 보살은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장애가 없다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마음에 장애가 없기에 두려움도 없다
- 『범망경』의 가르침
- 전도몽상을 벗어나다
- 전도란 상락아정이다
- 깨달음의 세계[열반]에 들어가다
- 유여열반과 무여열반
- 삼세제불
-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무상등정각을 얻다
제 6장 총결분(總結分)을 해설하다
- 반야바라밀다는 최상·최고의 주문임을 알아야 한다
- 반야바라밀다는 대신주, 대명주, 무상주, 무등등주이다
- 반야바라밀다는 괴로움을 제거하며, 진실하다
- 최상·최고의 주문, 아제 아제 바라아제
- 아제 아제
- 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지사바하
- 반야바라밀다심경을 마치다
참고문헌
발행일 | 2024. 2.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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