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
『십우도』의 작가 백금남이 그려낸 탄허택성의 불꽃 같은 생애!
“내 갈 날은 내가 알고 있다.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계해년 음 4월 24일 유시에 갈 것이니라.
시주은혜를 무서워하여 돌죽으로 연명하던 탄허 대종사는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자 자신의 종명일을 예언한다. 이승만 정권의 몰락. 총기에 의해 사망할 것이라는 박정희의 죽음. 전두환의 신검살. 성냥갑 놀이 김정은, 월악산 달빛 박근혜, 세계사의 변화와 일본의 침몰, 남북통일 문제와 한국의 미래, 자신의 종명일에 이르기까지….
오대산 월정사의 조실로서 특히 예언에 밝았던 탄허당 택성 대종사.
작가는 자신의 종명일까지 예언한 스님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왜 그가 화엄학에 그토록 몰두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수많은 그의 예언들. 그것이 허명에 의한 술(術)의 경지가 아니라 도(道)의 경지에 입각한 검임을 깨닫는다.
“미래를 아는 것이 도인 줄 알지만 술가의 사상이야. 술객이 하는 짓거리지. 도 자리는 아는 것이 도가 아니야.”
“술가의 사상이라고 하시면서 스님으로서 왜 예언을 하십니까?”
“......”
이미 지구는 대재앙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간 정신의 황폐화가 가져온 산물이다. 인류 모두가 나서 한마음으로 막지 않고는 대재앙을 막을 길이 없다. 그러므로 승으로서 화엄의 꽃을 피우기 위해 화엄선에 매달렸다. 세인을 향한 예언도 그래서였다. 사람들은 오늘도 묻는다. ‘스님. 자신의 종명일까지 예언하셨다면서요? 정말 그렇게 될까요?’ 오로지 그들은 나의 예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그러나 그 인심 속에 희망이 있다. 바람 속의 꽃이 역사가 되듯이 화엄의 세계 속으로 들어오리라는 희망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종명일을 예언하다
1장 대답하면 살리리라
참형 ㅣ 차천자 ㅣ 검은 항아리 ㅣ 불타는 빈상 ㅣ 암장 ㅣ 두주 ㅣ 무서운 적 ㅣ 영안몽
2장 나를 제도할 이 저기 있으니
인연 ㅣ 깊어지는 영안몽 ㅣ 의혹 ㅣ 더 높은 경지 ㅣ 소동골
이상한 게송 ㅣ 수미화 ㅣ 의혹의 박난주
나를 제도할 이 저기 있으니 ㅣ 금택이 한암에게 ㅣ 금택에게 ㅣ 이별
3장 내게 와 묻고 절하지 말라
한암 중원 ㅣ 출가 ㅣ 동안거 ㅣ 헛공부 ㅣ
고정관념 ㅣ 기이한 인연 ㅣ 퇴출 ㅣ 만행 ㅣ
묵언수행 ㅣ 내게 와 묻고 절하지 말라 ㅣ 두 노인 ㅣ 천고의 학이 머무는 자리 ㅣ 무서운 예지력 ㅣ 좌탈입망
4장 언젠가는 돌아가리라
바보의 비명 ㅣ 심무생사 ㅣ 돌죽 ㅣ 섭리ㅣ 거지도사 해운 ㅣ 지각도사 해운 ㅣ 일어서는 지축 ㅣ
시작과 끝 ㅣ 저잣거리 부처 ㅣ
세계의 중심 ㅣ
사형선고ㅣ 푸른 관 ㅣ
허유의 귀 ㅣ 언젠가는 돌아가리 ㅣ
입멸
연보
부록
그가 한 주요 예언들
후기- 이 찬란한 빛 속에서
저자 소개
백금남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2003년에는 『사자의 서를 쓴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일본의 화신(畵神)으로 불리는 도슈샤이 샤라쿠가 바로 한국의 김홍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추적한 소설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을 발표하여 세간의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신윤복과 조선 후기 회화사를 집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 신윤복』을 발표하였다. 2013년 문화부 우수도서로 선정되기까지 한 『법정』은 법정 스님의 생애를 다룬 첫 소설로서 큰 방향을 일으켰다. 영화와 함께 ‘관상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관상』은 『궁합』, 『명당』과 함께 역학 3부작으로 꼽힌다. 어려워 보이는 역학을 소설로 쉽게 풀어냄으로써 굉장한 몰입도와 흥미를 선사한다. 2016년 유마 거사의 생애 그린 『유마』, 2020년 역사 추리소설 『김씨의 나라』, 고타마 붓다의 생애와 참모습을 그린 『붓다평전』,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성철』을 펴냈다.
출판사 리뷰
“장자가 다시 돌아와도 탄허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탄허 스님은 독립운동가인 율제 김홍규 선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학의 전 과정을 공부했다. 김제 제일의 천재로 통하던 그의 학문적 성취는 놀라울 만큼 빠르고 심오했다. 그러나 유학의 모든 경전을 독파하고도 삶의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22세의 나이로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한다.
입산 후 탄허 스님은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용맹정진에 돌입했고, 수행 2년 만에 상원사에 마련된 승려연합수련소에서 한암 스님의 증명 하에 금강경, 기신론, 범망경 등을 강의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고참 선객인 고암, 탄옹 스님 등의 청에 의해 화엄경과 화엄론을 강의하는 등 학승으로서 명성을 쌓는다.
하루는 당대 국문학의 국보로 일컬어지던 무애 양주동 선생이 소문을 듣고 탄허 스님을 찾아가 장자 강의를 들었는데, 이후 양주동 선생은 자신의 강의 시간에 다음과 같은 말로 탄허 스님의 강연을 극찬했다.
“장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이 쓴 책을 설해도 오대산, 그 지혜로운 호랑이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오대산 호랑이란 바로 탄허 스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탄허 스님의 강연은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내용들을 그 핵심만 꼭꼭 찔러 들려줌으로써 당대의 석학들까지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 그리하여 그의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탄허 스님을 호랑이처럼 두렵게 여겼다.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계해년 음력 4월 24일 유시에 갈 것이니라.”
한편 탄허 스님은 학승으로서뿐만 아니라 선승으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스님의 강의가 소문을 타면서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승들도 그의 강의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중 당시 최고의 선승으로 꼽혔던 전강 화상은 탄허 스님의 강의를 들은 후 젊은 승의 절을 맞절로 응대했고, 경봉 화상은 ‘한 삼백년은 살아야 할 사람’이라며 ‘오대산 젊은 호랑이가 가는 곳에 한국 불교가 빛날 것’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탄허 스님은 유교와 불교를 아우르고 선(禪)과 교(敎)를 겸비한 최고의 석학이자 깨달은 자였다.
이처럼 학승이자 선승이었으며, 깨달은 자였던 탄허 스님은 종종 주위를 놀라게 하는 예지력을 보여 주곤 했다. 특히 스스로의 종명일을 예언한 일은 승가는 물론이요 세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님은 나이 쉰아홉부터 돌을 갈아 죽을 쑤어 먹으며 수행을 했다. 중생들은 힘들게 일하며 연명하고 그러면서도 시주를 하는데 승이 시주의 은혜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면 수행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탈이 되었는지 스님은 암에 걸리고 말았다. 제자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의사들은 고작해야 석 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탄허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제자들에게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놈아, 병이 사람을 잡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계해년 음력 4월 24일 유시에 갈 것이니라.”
국내 최고의 의사들이 내린 진단을 무시하고 무려 6년 후에나 입적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니, 이 말을 들은 의사들이나 제자들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탄허 스님은 자신의 예언대로 암을 몸에 품은 채 6년여를 살았고 그사이 능엄경, 금강경 등 사교(四敎)를 완간하는 등 더욱 왕성한 번역 활동을 보여 주었다.
우리 시대의 큰 스승 탄허 스님의 일대기 소설로 엮어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 물으라>는 금세기 최고의 학승이자 선승으로 추앙받는 탄허택성 대종사의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은 전기적 소설이다. 사실 탄허 스님은 10만 장이 넘는 번역 원고를 남겼음에도 자신의 사적인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재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가의 모든 경서를 섭렵하고 노자와 장자까지 두루 통달했음에도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의혹을 풀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 유생의 모습이나, 갈등과 방황을 끝내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의 의식적 변화 과정 등은 일반 작가들이 쉽게 넘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소설가 백금남 씨는 이러한 난제들을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속가의 김금택이 유가와 도가의 교리만으로 풀 수 없었던 문제들을 그의 스승이었던 이극종 선생이나 당대의 선지식인들과의 대담을 통해 구체화하는가 하면, 불가로의 귀의에 있어서는 인연법에 기인한 예지몽을 통해 나병 환자들의 피고름을 손수 닦아내며 돌보았던 경허 선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불가의 스승인 한암 스님의 출가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승려의 고뇌와 갈등을 우회적으로 풀어 헤쳤다.
이처럼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는 설명이나 주장이 아닌 이야기로 탄허 스님의 일대기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작업은 그만큼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고 넓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백금남 씨는 이미 <십우도>, <칼의 어록> <붓다평전> 등의 작품에서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었다. 그는 이 책에서도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다.
그래서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 물으라>는 굳이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멀고 고리타분하기만 할 것 같은 우리의 이야기, 아주 오랜 기간 우리 민족의 의식 근간이 되어왔음에도 항상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는 물컹물컹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발행일 | 2023. 11.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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