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 강의 (상)

이 책의 출판에는 상당히 우연한 인연이 하나 있기에_ 여기에서 특별히 독자들에게 그 배후의 재미있는 과정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남회근 선생님의 유마경{維摩詰經} 강의는 1981년 7월 10일에 대북시(臺北市)의 십방서원(十方書院)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서원의 학생들은 출가 대중과 부처님을 배우는 사람들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남선생님의 강해는 수지(修持) 방면에 편중되었고 예증(例證)을 든 것도 수지를 중점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불경 강해와는 좀 다릅니다.

강의가 인쇄 출판되도록 하기 위하여 지난 20년 동안 일찍이 몇 차례 어떤 분이 마음과 힘을 바쳐 기록 정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인연으로 일이 얽히고 어긋나서 잘못되었기에 시종 완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관심 있는 독자들은 책이 언제 나오느냐고 늘 간절히 물어왔습니다.

인연이란 항상 대단히 기묘합니다. 대략 2년여 전에 홍콩불교도서관의 비구니 친증(親證)법사가 남선생님이 강해한 유마경의 녹음테이프 두 개를 이화(李華) 여사란 분에게 드리면서 그녀의 남편인 석굉(石宏) 씨에게 짬을 내어 녹음 내용을 문자로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석굉 씨는 대만대학 법률학과 출신인데다_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비교법학과 기업관리 이렇게 두 개의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가 녹음테이프 두 개만 보았을 때에는 이 일을 흔쾌히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리요? 두 개를 다 마치고 난 다음에야 그 뒤로도 137개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_ 이미 승낙을 한 이상 계속해서 해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 석굉 씨는 날마다 7~8 시간을 들여서 1년 동안 작업을 하여 마침내 완성했습니다.

문자로 기록한 이외에도 석씨는 초보적인 정리 작업과 자료 대조 등등의 작업을 했습니다. 이제 출판을 앞두고서 특별히 석굉 씨의 열의와 수고에 대하여 깊은 감사의 정을 드립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_ 유마경을 조금 읽고 이해하고 나면 마음의 크기{心量}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확대되어서_ 더 이상 우리들이 생활하는 이 사바세계에 국한하지 않고_ 동경하는 정토세계에도 국한하지 않으며_ 무한한 공간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_ 이 경전은 온갖 것을 포함하고 있어서 당신이 부처님을 배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당신에게 줄 해답이 본 경전에 들어있으며_ 당신이 사리(事理)를 이해하지 못할 때에는 당신에게 줄 해답도 본 경전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을 배우는 사람들은 늘 의심하기를_ ‘왜 여자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고 먼저 남자의 몸으로 바뀌어야 비로소 가능할까?’ 하는데_ 이 경전 속에는 이 문제에 대하여 아주 뛰어난 토론과 해답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한 권의 경전은 온갖 견해와 수행을 포괄하는 경전으로서 너무나 위대합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원전의 경전 글은 지나치게 예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 남선생님의 강의 기록에서 사용한 것은 간단명료한 말들이므로. 독자들이 이해할 때 틀림없이 몹시 쉬우리라고 믿습니다.

이 책은 비록 남선생님 자신의 교열을 거치지 않았지만 출판과정에서 비구니 홍인(弘忍)법사ㆍ고국치(古國治)ㆍ사금양(謝錦揚)ㆍ구양철(歐陽哲) 등과 같은_ 그 당시 청강에 참가했던 적지 않는 사람들의 교정 대조를 거쳤습니다. 경전 교정 작업과 관련해서는 비구니 홍인법사가 가장 오랫동안 정신과 시간을 들였습니다. 자료 조사 대조 면에서는 항기동(杭紀東)교수가 가장 힘을 많이 썼고_ 책 이름은 주몽접(周夢蝶)거사의 영감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서 일괄 그 분들에게 감사 말씀드립니다.

본서가 채용한 경전은 불교출판사 판본으로 고국치(古國治)거사가 새롭게 구두점{標點}을 찍었고_ 책 속의 작은 표제는 편자가 더한 것입니다.